나는 손을 이주원의 허벅지 위에 가져가 더듬기 시작했다.
그의 페니스가 오른쪽 주머니 방향으로 향해있는 것이 밀착된 바지 위로 두드러져 보였다. 왼쪽주머니엔 아무 것도 없어보였다.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내 손은 뜨거운 원통형 물체 위를 더듬어 조심히 지나쳐갔다.
‘근데 이게 왜 이렇게 단단해져있지? 얘 취한 척 하고 있는건가 설마?’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 손을 더 깊숙히 넣었다.
‘드디어 찾았어! 이주원의 폰!
개강파티 때 내가 코알라가 되어버려서 손댈 수 없었던 그의 폰을 드디어 내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의 손가락을 잡아 지문인증으로 잠금을 해제해도 반응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 살아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네오구리에서 흑기사로 변모한 이주원에게 호감이 생긴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먼저, 내 목적은 달성해야 했다. 사진첩을 열어 새터 날짜 부근을 찾아갔다.
“찾았다!” 나는 동영상을 재생시키고 스크롤 바를 움직여 문제의 장면을 찾았다. 열심히 춤을 추는 내 엉덩이 사이에 심하게 끼어버린 팬티.ㅠㅠ
‘헐 미친! 이건 너무 야하잖아…정말 이랬다고?’
속바지라도 입었어야 했다. 나는 문제의 영상을 빨리 삭제하고, 최근 삭제항목까지 비워버렸다. 이주원의 폰을 몰래 만지고 있다는 생각에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그 때, 카톡 소리와 함께, 미리보기가 화면에 떴다.
강지호: 야 과외 지금 끝났어 10분후면 거기 도착할 듯, 시아누나…
‘얜 과외를 벌써구했어?’ 나는 3월이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 줄 도 모르겠는데. 지호는 부지런했다.
톡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은 몇초 뒤에 깨달았다.
‘이거 이주원 폰이잖아? 끝에 웬 시아누나? 뭐지? 뭐지?’ 나는 카톡으로 들어갔다.
강지호: 야 과외 지금 끝났어 10분후면 거기 도착할 듯, 시아누나 아직 안갔어? 갈꺼 같으면 조금만 더 붙잡아둬!!!ㅋㅋㅋㅋㅋ
미리보기에서 잘려진 부분이 보인다. ‘강지호…얘가 이주원한테 왜 나를 붙잡아두래? 뭐지?’ 쭉쭉 위로 올라가봤다.
누구와 누구의 썸 얘기, 누가 누구한테 고백했다 까인 얘기, 과 CC중인 선배 언니가 차에서 우리 동기 남자애와 했는데, 걔가 떠벌린얘기, 둘의 톡은 내가 모르던 이슈 저장소였다. 하은이가 고백받은 얘기도 있었다.
‘기집애, 나한테도 말을 안해?’ 좀 전에 먼저 들어간다던 하은이는 동기 오빠와 둘이 빠져나간 듯 하다.
‘나는…? 나한텐 아무도 고백 안해? 내가 제일 예쁜데…”
둘의 톡에 의하면 대부분의 신입생 여자애들은 지금 새로운 썸 때문에 바쁜 것 같은데, 나한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괜히 처량했다. 사실 난, 내가 대학교 입학하면 바로 여신으로 등극하고 모든 남자가 사귀자고 고백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ㅠㅠ 톡 스크롤을 더 내렸다. 우리과 예쁜 여자 순위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강지호: 그래도 시아누나가 젤 예쁘지 않냐?ㅋㅋ
이주원: 이시아누나? 근데쫌 싸보이게 생겼잖앜ㅋㅋㅋ
뭐? 내가 싸보여? 조금 전까지 멋있어 보였던 흑기사 이주원은 다시 순식간에 이렇게 극혐 네오구리로 돌아가버렸다.
강지호: 그렇긴 한데 졸라 내타입임
얘는 또 왜 동의해? 남자들은 싸보이게 생겼다는게 예쁘다는뜻인가? 좋은건가? 고등학교 때 나를따라다니던,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그 꼬리표가 갑자기 떠오른다. 걸레.
이주원: 너 시아누나 좋아하지?ㅋㅋㅋㅋㅋ사귀자고 해,
강지호: 남친있잖어
이주원: 부산에 있는데 뭐
강지호: 글고 서준이형 여자라더만
‘이새끼들은 아니라고 해도 죽어도 안믿어요.’
이주원: 그거 아니라며, 니가 그랬잖아ㅋㅋㅋㅋ
강지호: 근데 암튼… 몰게써ㅋㅋㅋㅋ
이주원: 시아누나 괜찮긴 하지… 슴가도 꽤 있는거 같던데?
강지호: ㅋㅋㅋㅋㅋ꺼져
이주원: 그때 왜 우리가 누나 델따줄 때, 내가 진짜ㅋㅋㅋ만질려고 만진건 아닌뎈ㅋㅋㅋ어쩔 수 없이, 진짜 어쩔 수 없이, 몇 번 잡을 수 밖에 없었거든?
강지호: 이 미친놈앜ㅋㅋㅋㅋ
이주원: ㅋㅋㅋㅋㅋㅋㅋ근데 볼륨 꽤 있던데? 미안하다 지호얔ㅋㅋㅋㅋㅋㅋ
강지호: 아 이 쓰레기새끼야ㅋㅋ
이주원: 미안..ㅋㅋㅋ야근데 B는 확실해
강지호: 음… 나도 글케 느끼긴 했어 그때 업는데 등에 뭉클하게 닿더라고
이주원: ㅋㅋㅋㅋㅋ아 이새낔ㅋㅋㅋ지도 똑같은새끼면서. 야 그냥 고백해봐 일단, 너 존나 귀엽게생겼잖아!
‘와… 나… 와… 나쁜놈들… 그렇게 순수해 보이던 강지호도 똑같은 남자구나… 근데, 얘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구? 아무튼 문제의 동영상은 지웠고, 곧 강지호가 여기 도착한다고 하니까, 얼른 폰을 꺼서 다시 이주원 주머니에 넣어야 했다.
“둘이 뭐해?” 강지호가 나타났다.
내 다리사이에 코를 박고있는 이주원과, 그의 하체를 더듬고 있는 나의 모습은 누가봐도 이상할 만 했다.
“어 지호야 왔어? 늦었네? 주원이가 완전 죽어버렸어”
“근데 이새끼는 왜 이러고 있어?”
“아 사실 야, 임승현 알지? 그 또라이. 그 선배가 나 진짜 술맥이다가 주원이가 다 마셔줘가지고… 얘 뻗어버렸어…”
지호의 동공이 미친듯이 흔들린다.
“야! 야! 주원아!! 집에 가서 자자!!” 지호가 성급히 이주원의 상체를 일으키며 흔들어댄다.
“구에에에에에에에엑ㄱㄱㄱㄱ”
순간, 주원의 입으로 부터 과일향의 투명색 액체가 사방으로 분출되었다.
“아아아악!!!! 야아아아아!!! 아이씨이이!!!” 이목이 내게 집중되었다.
“헐, 누나~”
토사물이 내 얼굴에 튀고 하얀색 얇은 니트가 다 젖어서 검정색 브라가 완전히 비쳐 드러나게 됐다. 그 위를 총천연색 건더기가 아름답게 장식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얘가 안주로 후르츠 칵테일만 먹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야 지호야, 휴ㅡ 얘 빨리 데려다 주고 가자, 주원이네 집 알아?”
“어 누나, 빨리 나가자”
“아씽!!! 아 토냄새 하….!” 티슈로 닦아내려 했으나 내 손만 더 더러워질 뿐이었다. “그래도 날 도와주다가 이렇게 된건데, 책임지고 데려다줘야지.” 술에 정신을 잃은사람은 정말 무거웠다. 지호와 함께 양 팔을 하나씩 걸치고 술집을 나섰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택시를 타는게 나아보였다. 여기서 우리집 가는 길의 정 반대 방향이다.
“이주원!!! 다왔어!!! 비번 뭐야???”
“야!!! 문열어봐~~~ㅋㅋㅋ”
삑-삑삐익ㅡ삑, 삐용삐용
삐삑삑….삑, 삐용삐용
삐빅띡띡틱, 삐용삐용…10분 후 다시 시도하세요!
주원은 자기 집 비밀번호도 못눌러서 세 번을 연속으로 틀려 10분 잠금이 걸려버렸다. 복도 코너에 그를 기대 앉혔다. 나와 강지호도 나란히 앉았다. 약간의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야 강지호, 근데 개티때 우리집은 어떻게 들어왔어?”
“아 누나 지갑에 카드 접촉시키는걸로 열리던데?”
“그리고?”
“응? 그리고 뭐?”
“누나 몸에 손은 안댔어?”
“어?....아니야~!! 무슨 ㅋㅋ손을대??ㅋㅋㅋ”
“ㅋㅋㅋㅋ농담이야 뭘 그렇게 정색을해?”
다시 정적이 흐른다… 토사물에 젖었다가 말라버린 니트에서 악취가 올라온다. 아… 빨리 씻고 옷 갈아입고 싶다…
“누나, 남친은 주말마다 올라와?”
“음… 거의?”
“안오는 주도 있나보네?”
“여태까진 매주 왔는데, 못올 수도있지~”
“아 그래?”
“응, 그럼 내가 가야지 뭐 엄빠도 보고ㅋ”
“아~ 그래야겠네ㅎ”
“왜애?”
“아니 그냥” 할말이 있어보이는 지호가 웅얼거렸다.
‘지호야 왜애? 웅? 왜무러봐아~? 남친 안오는 주말에 누나랑 놀고싶어서?ㅋㅋㅋ 너 누나 좋아한다며~ 얼른 말해! 주말에 남친 안오면 만나자구!ㅋㅋㅋ바부야’
“아 이새끼 안깨네…오늘 들어갈 수 있을까?” 지호는 말을 돌린다.
바보. 놀자구 하면 부산 안가고 너랑 놀텐데. 사실 지호정도면 귀엽고, 얘기 나눌 때도 편하고, 뭐 부탁하기도 만만하고, 심심할 때 데이트나 영화보기 정도는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자친구도 매주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음… 지호는 평일에 놀 수도 있는거고…서준오빠도 뭔가 확 좋았다가 흐지부지 된 느낌이었고, 또 둘은 나이가 넘 많잖아? 하지만, 지호가 남자로 보이진 않았다. 그건 더 시간을 두고 볼 일이었다.
“그니깐!!! 나땜에 이렇게 된거라 두고 갈 수도 없어서… 아까 하은이 나갈 때 집에 갔어야 하는데…아 피곤해!!!”
하은이… 고백받은 하은이… 지금쯤 뭐하고있을까?
“야 강지호. 수현오빠가 하은이한테 사귀자고 했다며ㅋㅋㅋ 와 나 몰랐잖아..기집에 나한테 말도안해”
“어ㅋㅋ 그거 쫌 됐어 누나”
“보니까 다들 난리더라… 난 왜 인기없어? 나 좋아하는애 없어?”
“누나?...”
“응. 혹시 뭐 아는거 없어? 누가 나 좋아한다든지… 야근데 내입으로 이런말하긴 좀그렇긴 하지만,내가 제일 예쁘잖아, 그치? 맞지? 아냐?”
‘너잖아! 너가 나 좋아한다구 해! 지금이야~!!” 나는 입밖으로 말해버리고 싶었다.
“음… 그건 그래, 지금 우리 동기나 선배 형들이나 남자들끼리 얘기하면, 솔직히 다들 누나가 제일 예쁘다 그래~”
“ㅎㅎㅎㅎㅎ근데?”
“근데 누난 쫌, 말걸기 부담스럽다는 분위기?”
“부담스럽다고?”
“응 그니까, 쫌,,,누나, 원래 남자들은 너무 특 A+급은 안건드려, 자기 한계를 알거든”
ㅎㅎㅎㅎㅎㅎㅎㅎ듣기 나쁘진 않은 소리다. 나 특A+급? 하은이 B? C?
“또, 누난 남친 있고 심지어 변호사라는걸 다들 알고있어서ㅎㅎ 자긴 못비빈다고 여기는거지”
“너 지어냈지, 지금 나 불쌍하다고 위로하는거야?”
“아냐 진짜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서준이형이 너무 강력해서… 그냥 다른남자들은 누난 건들 생각도 안하는거같애. 그거야 누나”
“서준오빠가? 그 오빠가 그렇게 멋있어?”
“어, 서준이형은 다 가진 사람이라더라”
“왜? 어떤데?”
“일단 뭐 얼굴이나 키는 알테고, 집안이 어마어마 한가봐… 그리고 성품이 진짜 좋다더라구”
“완전 바람둥이라더만”
“몰라 나도 자세힌… 듣기만해서… 암튼 그래서 서준이형이 건든여자는 그냥 포기하는 분위기”
“아오, 건들긴 뭘 건드려,, 아니라고…”
한서준오빠가 그렇게 레전드취급을 받는 사람이라고? 어떻길래 이러지? 호기심이 다시 생겨난다. 그럼 뭐해, 내게 아무 액션이 없는데… 그래도 지호도 이렇게 가까이 보니까 정말 귀엽게 생겼다. 강지호 바보. 지가 좋아한다는 여자 앞에서 다른 남자를 그렇게 띄워주냐? 얜 속이 없는앤지.
“넌? 넌 여친없어?”
“어? 어…”
“모쏠이야?”
“어? 아니… 모쏠은 아니구ㅎ 한 명 만나봤었지 난”
“왜… 언제 헤어졌어?”
“아, 여기 입학하면서ㅋ 근데 또 보니까 사귄거라 하기도 좀 그렇고ㅎㅎ”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었어?”
“어? 진도?ㅋㅋㅋㅋ 아니 당황스럽게 갑자기 훅들어와 왜?”
“ㅋㅋㅋ응? 왜애~? 부끄러워? 뭐가~?ㅋㅋㅋ 다 했어?”
“아 뭘 다해~~~안했어”
“ㅋㅋㅋㅋㅋ우리과엔 맘에드는 여자 없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었다.
“어 난ㅎㅎ 뭐ㅎㅎ아직 머 ㅋㅋ”
‘뭐야, 멋있게 고백하려구 각재고있어? 그런거 필요없는데… 아 암걸릴 것 같아. 좋아하면 바로 말해 쫌!’
10분이 지났다. 우리는 비번을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이주원은 비번을 잊은게 아니고 자꾸 잘못누른 것이었다. 우리는 문을 열고 들어가 힘들게 이주원을 침대에 올려 눕혔다. 내가 코알라가 된 날 나를 방까지 데려다 줄 때, 가슴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되었다. 주원이를 뒷처리 해주느라 흘린 땀과, 토사물 냄새가 섞인 냄새가 정말 불쾌했다. 아무리 나를 도와주려고 마신 술이지만, 토는 토야. 너무 찝찝해서 한시 빨리 샤워를 하고싶었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서 옷을 벗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씻어내자 몸이 너무 개운해져 기분이 좋았지만 동시에 취기도 올라왔다. 하긴, 나도 적게 마신 것은 아니었다. 너무 너무 피곤했다.
‘여기서 자고갈까?’
이주원과 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조금만 자고 아침에 택시를 타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남자 동기 둘 사이에서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자보겠어?ㅎㅎ 머리를 말리면서 짓궂은 생각이 떠올랐다. 올 누드로 화장실 문을 살짝 열고 머리와 벗은 어깨 한쪽을 내밀었다.
“지호야~ 주원이 옷 하나만 꺼네다 줄 수 있어?”
“어? 어 잠깐만” 태연한 척 대답한 지호가 딴 데를 쳐다보며 반팔 티셔츠 하나를 내밀었다.
“야 이건 너무 추울 것 같애 후드 같은 거 없나 찾아봐”
“어… 어! 여깄다!”
입고있었던 옷들은 말할 것도 없고, 팬티와 브라까지도 다시 입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짚업 후드 한 장만 걸쳐야 했다. 다행히 주원이는 키가 커서 후드가 내 몸을 다 덮을 수 있었다. 당황한 지호의 눈알이 위아래로 두 세번 오가더니 스캔 안한 척 눈꺼풀을 빠르게 깜빡인다. 싱크대 아래 드럼 세탁기 문을 열고, 아까까지 입고있던 나의 상의, 치마, 브라, 팬티 순서로 하나 하나 넣었다. 일부러 보이게… ‘나 노팬 노브라야~~~ㅎㅎㅎ지호야~~~보고있니~~~?ㅎㅎㅎ’
“지호야, 나 자고갈래 도저히 못가겠어…”
“어? 여기서? 주원이랑?”
“어… 그래서 너도 있어야돼… 내일 같이 나서자 응?”
주원이를 침대에서 벽 쪽으로 밀어 붙여, 나와 지호가 누울 공간을 마련하고는 침대 정 가운데쯤 누우며 말했다.
“그럴까? 나도 좀 피곤하긴하다…”
솨아아아-
지호의 샤워소리.
위잉- 위잉- 위잉- 덜덜덜덜덜
세탁기 소리.
새벽 다섯시…
창문 밖은 짙은 청남색…
곧 동이 틀 것 같은 분위기다. 피곤해 죽겠는데 정신이 맑아져 온다. 나는 블라인드를 친 후, 후드 지퍼를 반 정도 내리고 주원이의 반대쪽을 바라보고 누웠다. 물소리가 멈추고 지호가 나와 침대 위로 올라온다. 나는 눈을 감았다. 지호가 살금 살금 기어와서 옆에 누웠다.
“누나~ 잠들었어?”
“아니, 아직”
“잘자”
“…”
대화가 끊겼다. 얜 왜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그건 그렇고, 남자 둘 사이에 반 나체로 누워있는데 내 마음은 어떻게 이렇게 차분할 수가 있지? 가슴도 뛰지 않았고, 너무 평온했다. 내가 이주원과 강지호, 둘을 엄청 편하게 여기긴 한가봐.
“지호야, 우리 이제 대면식 끝났어?” 그냥 잠들어 버리긴 아까워서 말을 이어간다.
“대학원 대면식 한 개 남았어. 그게 끝이야”
“대학원생 대면식도 있어? 아 진짜 징그럽다”
“ㅎㅎㅎ 조금만 힘내자”
또 할말 없게 만든다.
“넌 주말에 뭐해?”
“난 뭐 걍 뭐…”
“언제 주말에 놀러갈까?” 내가 말했다. 딱 봐도 내가 먼저 말 안꺼네면 절대 나한테 놀자고 못할 스타일이다.
“그럴까? 그래! 나야 좋지” 시원찮은 리액션. 나 좋아하는거 맞아? 나는 자세가 불편해서 이렇게 저렇게 몸을 움직였다.
“ㅋㅋㅋ아ㅋㅋ좁고 불편해..ㅋㅋ”
지호 쪽을 보던 몸을, 주원이 쪽으로 돌려서 다리 하나를 이주원 위로 올렸다. 지호가 맘먹고 뒤에서 보면 나의 그곳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아무 말도 없었다. 상식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지 친구한테 이러고 있으면 자기가 중간으로 끼어 들어온다든지 해서 어떻게든 막고 방해할텐데, 얘도 나에 대한 마음은 별거 아닌건가? 아니면, 아까 말대로 부담스러워서 이런 저런 말을 할 수가 없는건가? 답답하다. 아까 술집에선, 이주원이 내 거기에 코박고 있으니까 질색하더니… 그새 맘이 바뀌었나? 아님 피곤한가? 이런 저런 생각 중에도, 자세가 편해지니까 잠이 오려고 했다.
뒤에서 손길이 느껴졌다. 내 숨소리를 듣고 잠들었다고 생각했나 보다. 지호가 내 어깨를 잡고 내 몸을 돌리려 낑낑댔다. 역시… ㅎ 내가 이주원과 접촉하고 있는게 신경 쓰이긴 했나봐. 나는 지호에 의해 몸이 돌려져서 천장을 보도록 똑바로 눕게 되었다.
‘아 웃겨ㅎㅎㅎ'
지호가 내 몸을 돌려놓고는 다시 누웠다. 나는 잠든 척 한 채로 100까지 천천히 세었다. “으으으음…”
그리고 지호 쪽으로 몸을 돌려 엉성한 차렷 자세인 지호의 배 위에 다리를 올리고 팔로 목을 감아 끌어안았다. 내 안쪽 허벅지에 딱딱한 막대의 느낌이 전달되어 온다. 나도 아래는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다. 반쯤 열린 지퍼 사이로 가슴 한 쪽이 빠져 나와 유두가 그의 어깨에 닿았고, 지호의 손등에 음모가 스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손만 돌려서 손가락을 구부리면 바로 들어갈 위치였다. 지호의 온몸은 조각상처럼 뻣뻣했다. 그를 더 끌어 당겨 귀에 쌔근 쌔근 숨을 불어넣었다. 나는 곰인형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했다.
‘따뜻해. 기분 좋아’
하지만 이러고 있어도 역시 지호에겐 아무 마음이 생기질 않았다. 동시에, 만약 지호가 손가락을 움직여 내 안에 넣어본다든지, 젖꼭지를 만진다든지 하는 식으로 섹스를 시도한다면…? 할 마음도 있었다. 솔직히 약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이 상황을 연출한 것이니까. 하지만 그는 어색함에 온 방을 얼어붙여 버릴 정도로 경직되어 있었다. 결국, 나의 수면욕은 성욕을 이겨 버리게 되었다.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누군가가 엉덩이를 쓰다듬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진다. 주무르기도 해 본다. 벽 쪽에 아직도 뻗어있는 이주원의 등이 보인다. 강지호가 드디어 시작하나보다.
‘어휴, 아까 시도하지 왜 자고있는데 이럴까… 지금은 그냥 다 귀찮고 자고싶기만 한데’
희미한 빛 때문에 벽에 생긴 한 그림자가 보였다. 지호는 침대 밖에 서서 내 엉덩이를 만지는 중이었다. 조용히 깬척 하고 일어나야겠다. 만진건 모른 척 해줘야지
“탁탁탁탁탁탁”
헐… 근데 이건 무슨소리야? 설마 쟤? 지금… 지손으로?
맞았다. 막대기를 쥔 손이 빠르게 왔다갔다한다. 지금 일어나서 무안을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사이에 소리가 멈춘다. 쌌나? 쌌군ㅋ 아무튼 난 좀 더자야겠어.
아니었다. 내 몸을 돌려 바로 눕히려고 잠시 멈춘 것이었다. 반쯤 지퍼를 내린 후드를 벌려 두 가슴을 모두 노출시켰다.

한 손으로 가슴 하나를 주무르면서 입술을 반대 편 유두에 가져다 대었다. 손을 덜덜 떨고있음이 느껴졌다. 입술로 잠시 빨아보더니 이내 혀를 내밀어 핥는다.
하지만 그 시간은 내가 ‘그를 제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의 답을 결정하기까지의 시간보다 훨씬 짧았다. 지호는 뭔가 굉장히 허둥지둥 서두르고 있었다. 내 엉덩이와 가슴의 질감을 음미하려는 것 보다, “그래 나는 이시아 온몸을 만져보고, 젖꼭지도 빨아봤어!” 라는 식의, 이벤트만 만들고 만족하는, 마치 여행지에서 사진만 찍고 바로 다음 로케이션으로 넘어가는 듯한, 그런 행동이었다. 그 여정도 오래가지 않았다. 10초 남짓 후 가슴에서 입을 떼었다. 침에 젖은 젖꼭지에 지호의 숨결이 차갑게 느껴졌다. 후드 지퍼를 완전히 열어버리고 하체까지 노출되었다. 지호는 소심하게 손가락 하나를 얕게 넣었다. 이제는 제지해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탁탁탁탁 소리가 더 강하고 빨라졌기에 어찌해야 할 지 혼란스러웠다. 다른손으로 가슴을 주무르는 힘이 약간 더 강해졌다. 이내 유두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액체가 가슴에서 목까지 타고 내려오더니 잠시 고였다가, 이어서 목 옆으로 주룩 흘러내렸다. 비릿한 냄새가 느껴졌다. 처음 내가 터치를 인지한 시점부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티슈로 정액을 닦아주기 까지 3분도 채 안 걸린 것 같았다.
‘바보 더 좋은 거 놔두고 왜 지손으로 혼자 저런대… 말을 하지…’
마무리를 마친 지호가 담요를 덮어준다. 이제 다 끝냈나보다.
“…지호야~”
내가 나지막히 그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