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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58화

지혜가 선언한 직후. 지혜는 노예들에게 각자 차렷자세로 움직이지말고 대기할 것 이라고 명령을 내리고 거실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미령과 함께 들어갔다.



"괜찮아 지혜야? 아무리 봐도 그 상처 병원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이쪽으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혜의 상처는 미령이 보기에 많이 심각했다. 특히 양팔의 화상은 임시조치는 취했다지만 흉터는 평생 남을 수도 있어 보였다.

미령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무시하며 지혜는 대답했다.



"신경 쓰지마세요. 언니랑 제가 그 정도로 화목 할 사이는 아니잖아요."



"어? 응.. 그렇지."



미령의 걱정을 지혜가 매몰차게 거절하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이라면 걱정해주었는데 이런 식으로 반응이 돌아오면 분명 불쾌해야 하는데 미령은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설레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미쳤나 봐. 왜 이래?'



미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알 수없는 감정을 날려 버리곤 노트를 펼치며 말했다.



"그래서, 치료도 미루고 뭘 하려고 하는 거니?"



미령의 물음에 지혜는 가볍게 혀를 차며 생각했다.



'쯧.. 이 여자한테 노트에 대해 너무 많이 알려주는 건 탐탁지 않지만.. 내 손이 이래선 노트에 뭘 적는 것도 무리고, 그렇다고 저년들을 방치하자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야. 게다가..'



지혜는 민지와 지민에게 당한 굴욕을 생각할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만 같았다.



'이 감정을 해소하지 않으면 오늘 밤 발 뻗고 잘 수 없어!'



단순한 복수심으로 일을 벌였다가 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지혜도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것보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더 심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당장 다섯 명 전원, 오늘부터 앞으로 일상을 정하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았다.



"노트에 보시면, 드문드문 글자가 지워져 있을거예요."



"어? 그러네?"



지혜의 말대로 미령이 민지의 프로필을 보자 지혜가 적은 것처럼 보이던 개조 같은 것들의 문장이 띄엄띄엄 끊어져 있었다. 미령보다 먼저 노트를 펼쳐보았던 지혜는 그때가 되서야 노트가 왜 제 효과를 내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이게 내 마음대로 노트로 선을 넘은 벌이라니. 참 심하네.'


아마 신의 소행일 것이다.

모든 문장이 지워진 것은 아니였지만 혜윤의 경우엔 김지혜에게 덤빌 수 없다는 문장이 지워져 학교에서 두들겨 맞았던 것이고 민지의 경우엔 노트에 손을 댈 수 없다거나 배설공유라거나 여러 부분이 지워져 노트를 들고 도망간 것이다.


민지가 노트를 펼치지 못한 것 만큼은 신이 걸어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보였다.


"다시 하나씩 적어야죠. 그래야.. 저 년들을 망가뜨리니까."


그러므로 오늘 당장 할일은 각자 정한 컨셉에 맞게 일상을 수정하는 것이다.

뭐, 기존에 컨셉과 잘 맞았던 소민이나 멘탈적으로 위험한 유나의 경우엔 어느정도 유지하거나 좀 더 나아지게 할 생각이 있었지만 민지 혜운 지민에겐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언니가 제가 말하는 항목들을 듣고 적어줘요. 언니 멋대로 이상한거 추가하지 말구요."


"걱정마."


'나를 믿어주는구나. 나는 너를 절대 배신하지 않아. 후후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걸.'


대답을 하는 미령 역시 지혜가 했던 말들이 거짓투성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런 지혜가 마냥 귀엽게 느껴져 지혜가 안보이는 뒷편에서 쿡쿡 웃었다.


이미 노트는 지혜만 쓸 수 있다는 거짓말도, 노트 총 인원이 다섯명이라는 사실도 들통나버렸으니 이왕 이렇게 된거 미령에게 오늘 대필을 계속 맡겨야겠다고 생각한 지혜는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시작은, 최민지겠죠."


지혜의 중얼거림을 들은 미령은 고개를 흔들며 끼어들었다.


"나는 메인디쉬는 마지막에 먹는게 좋던데. 이번에 새로 적은.. 박지민? 이 여자 항목이 반항금지 하나뿐인데 이 여자부터 하는게 낫지 않을까?"


미령이 또 끼어들자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였다.


최민지를 괴롭힌다면 제일 심하게, 마지막으로 망가뜨리는 것이 더 즐거울 것 같았다. 앞서 사람들이 무엇을 당하며 절망하는 표정을 보곤 두려움에 떨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렇게 하죠. 이번엔 용서해줄게요. 박지민 그 여자를 데려와주세요."


미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거실로 나가 박지민을 데려왔다. 미령에게는 아직 반항 할 수 있던 지민이 거칠게 저항했지만 완벽하게 저항 할 수는 없었는지 결국 방으로 끌려오고 말았다.


"크윽..!"


지민이 바닥에 무릎을 꿇자 지혜는 턱짓으로 미령에게 노트를 가리켰다. 미령은 지민의 이름이 적힌 노트를 펼쳐 들어주며 지혜가 잘 보이도록 해주었다.


"아주 지극정성이네?"


지민이 비꼬듯이 말했지만 지혜는 신경쓰지 않고 그녀의 프로필을 보았다.


"박지민, 운동선수 답지 않게 가슴은 G컵이네, 차가운 눈매에 매력적인 진한 흑색 중단발로 미녀 운동선수로 인기를 몰고있고 말이야. 몸무게는.. 55키로긴 한데 이정도면 근육인가? 무겁지만 비만은 아니네."


지민의 프로필을 대충 말한 지혜는 지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신경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역시 큰 가슴이랑.. 땀 흘리는 체질이야? 땀냄새가 많이 나나봐? 확실히 지금도 좀 땀을 흘리는 것 같은데."


"..아니야."


지민은 지혜의 시선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부정했지만 정곡을 찔린 탓에 당당하게 말하기 힘들었다.

지혜의 말대로 지민은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실제 경기에서도 자신의 땀을 밟고 미끄러져 역전당할 뻔 하거나 남편과의 관계 중에도 후덥지근한 자신의 몸에서 땀냄새가 나지 않을까 신경쓰기도 했다.


거기다 G컵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거유는 경기에 방해되어 지민의 골칫덩이였다.


"축소수술을 준비하려했어? 그럼 안되지, 아깝잖아 모처럼 그런 몸으로 태어났는데. 이건 금지야."


지혜가 말하자 미령은 노트에 '지혜의 허락없이는 병원이나 미용시설 이용 금지' 라고 지혜가 보는 앞에서 적어보였다.


'호.. 제법 알아서 잘 붙여 적네?'


미령이 적은 항목이 마음에 든 지혜는 흡족하며 지민을 바라보았다.


"아까 선언은 들었지? 어떻게 생각해? 지금이라도 눈물콧물 흘리며 빌어볼래?"


지민은 지혜의 말에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


"좆까. 내가 그동안 쌓아온 노력의 성과가 그렇게 가볍게 없어질 것 같아?"


지민은 아마추어 대회 우승을 하기 위해 정말 지독하게 노력해왔다. 자신의 남편이 믿고 열심히 매니저를 맡아주었기 때문에 그녀는 버틸 수 있었고 그 결과 노력의 성과를 얻고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고작 저런 오컬트에게 이런 노력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그래 그럼, 시험해보자. 권투선수였지? 언니, 맞을 때 마다 성감을 느낀다. 라고 적어줘요."


미령이 지혜의 말대로 노트에 슥슥 적자 지혜는 앉아있던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지민에게 걸어가 그대로 배를 걷어찼다.


'퍽!'


"크흣..!"


그다지 쎄게 찬 것은 아니였기에 지민은 버텨냈다. 여성 특유의 I자형 복근을 보며 지혜는 지민이 그간 노력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흐읏?! 흐응..흣"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지민은 마치 남편에게 애무를 당하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배를 맞은 탓에 몰아쉬는 숨에 신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 느낌 흐읏!'


신음소리를 멈추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으며 지민은 생각했다. 별로 쎄게 맞은 것 같지는 않은데 쾌감이 너무 컸다.


"버틸만해요? 아, 그럼 이것도 넣어볼까? 통증의 세기에 따라 쾌감도 증폭한다고 문장 붙여주세요."


본인이 직접 적지 못하는 것으로 미령에게 노트가 드러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당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 대상의 표정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나름 나쁘지 않았다.

지혜는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려고 하는 지민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곤 아까보다 훨씬 강하게 지민의 뺨을 걷어찼다.


'짜악!'


"윽!"


"미안해요. 누구 덕분에 양팔이 망가져서요. 발로 차도 괜찮죠?"


"너..! 으흣?!♥"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이 지민의 몸을 덮쳤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지민의 목덜미, 유두, 허벅지 사이 등 원래 지민이 가지고 있는 성감대를 무자비하게 더듬는 것 같았다.


"하윽! 흑! 안대에! 이, 이건 뭐야!"


지민은 표정이 무너지며 침을 살짝 흘리곤 쾌감에 젖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깔깔거리곤 지혜가 말했다.


"그 몸으로 경기 뛸 수 있겠어요? 뭐, 원하는대로 그 동안의 노력은 건들지 않을테니까요. 할 수 있겠죠?"


"흐응~ 흐응~ 당연하지. 나를 흐으윽 뭘로 보고!"


"그럼 이정도만 넣고 봐줄게요. 한번에 바로 망가지면 재미없잖아요? 잘 버텨봐요 그 몸으로. 할 수 있죠?


지민은 지혜의 말에 맞받아치려 했지만 섞여 나오는 신음은 어쩔 수 없었다.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령을 보며 말했다.


"이번엔 행동교정 쪽으로 넣어볼까요. 개조는 됐고 하루에 한번 정액이 미친듯이 먹고싶다. 라고 적어주세요."


"뭐라고?!"


지민이 화를 내며 소리치자 지혜는 마치 이상한 사람을 보듯이 지민을 보더니 말했다.


"왜요? 남편 있잖아요. 신혼이니까 부부끼리 매일 섹스 할 수도 있죠. 그쵸?"


"큭.. 남편은 건들지마!"


민지의 말로 따르면 민지의 어머니는 민지를 사랑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없는 사람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추측으론 노트에 적힌 타인의 주변 관계까지는 수정 할 수 있다는 것 같았다. 지민은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도록 만들까봐 두려움에 소리쳤다.


"뭘 하고 싶으면 차라리 나한테 해. 남편에게 영향주지 말란 말야!"


"쯧, 최민지에게 들었어요? 재미없네."


'아깝네, 남편 쪽도 손댈까 했는데. 하긴 놔두는 게 더 재밌을 수도 있겠다.'


계획을 살짝 수정하며 지혜는 말을 이었다.


"아니 뭐 그냥 남편분한테 섹스해달라고 요구만 하라니까요? 펠라치오 알죠? 입으로 빠는거. 한번도 안해봤어요?"


"읏.."


신혼부부긴 했지만 지민과 남편인 한두현은 흔히 말하는 풋풋한 부부였다.

서로에게 성욕도 있고 분명히 관계도 맺지만은 그것보다는 같이 있는 시간이 더 즐겁고 소중한 부류였고 성관계 역시 다양한 체위보다는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며 확인하는 용도였다. 그런 지민이 펠라치오를 해본 적이 있을 리 없었다.


"뭐, 이번 기회에 시도해봐요. 아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으니 이 부분엔 개조가 필요하겠네요."


이렇게 말하곤 지혜는 침대에 다시 털썩 앉았다. 그리곤 미령을 보며 말했다.


"하루에 한번 그러니까 24시간 기준으로 정액을 먹지 않으면 몸에서 자체적으로 도핑테스트에 걸리는 불법약물 성분이 도는 걸로 하죠."


"..어?"


정말 의외의 말을 지혜가 꺼내자 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령 역시 지혜의 악랄함에 속으로 감탄하며 받아적었다.


"저는 노트로 그 사람이 뭐하고 있는지 다 볼 수 있거든요. 만약 안하면 저는 그 날로 바로 SNS 제 인맥들을 동원해서 불법약물 찌라시를 퍼뜨릴거에요. 검사는 뭐 당연히 약을 했다고 뜨겠죠?"


한번 위기를 겪으며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난 지혜는 단순히 노트로 인생을 망치고 수치를 주는 개조나 행동교정도 좋지만 하지 않으면 본인이 그동안 쌓아온 인생이 끝장나버리는 일종의 함정을 까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예전같았으면 대충 정액을 안 먹으면 방구 뿡뿡이든, 뭐 광대처럼 춤추든 이런 걸 넣었겠지만.. 이게 더 재밌는 걸.'


1차적인 생각으로 마구잡이 개조를 넣었다가 신에게 혼나지 않았던가. 앞으로의 방향성은 조교 대상이 나아가려는 길에 함정을 설치해 우회하도록 해 최종적으론 스스로 제 발로 밑바닥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할 생각이였다.


"그럼 지민..언니라고 부를까요? 당신은 이걸로 끝. 정액은 내일 아침 8시에 무조건 먹도록 해요. 그 이후론 24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정액을 드셔야해요?"


일부러 아침 8시로 남편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기 힘든 시간으로 정한 지혜는 히죽 웃으며 미령에게 말했다.


"그럼 다음은 한소민 데려와주세요. 빨리 끝내버리게요. 수정할건 수정하구요."


"응 알았어."


미령은 아까보다 힘이 빠진듯한 지민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지혜는 소민에게 새로 적용할 일상을 생각하며 지울 것을 생각했다.

(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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