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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53화

"이게 뭐야아아아!"


혜윤이 다른 행동을 보이기 전에 지혜가 먼저 혜윤의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미쳤어? 누가 오면 어쩌려고 그래!"


"으읍..!"


혜윤의 눈은 당장이라도 지혜를 죽일 것 같은 눈이였다. 지혜가 미리 노트에 자신을 공격할 수 없다라고 적은 덕분에 큰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였다.


'짝!'


라고 생각하며 안심하던 지혜의 눈 앞이 번쩍하며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혜윤이 지혜의 뺨을 후려친 것이다.


"..뭐?"


"너때문에! 이 씨발련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혜윤은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막을 생각도 못한 탓에 혜윤의 주먹은 무자비하게 지혜의 눈과 코를 가격했고 어찌나 손이 매운지 한번 맞을 때 마다 지혜의 눈 앞이 번쩍거리는 느낌이였다. 거기다 전혀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안하고 있던 탓에 대비하지 못해 손을 허우적 거렸지만 혜윤의 폭력을 막지 못했다.


"잠깐..잠깐 잠깐..!"


몸을 비틀던 지혜는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하는 생각에 혜윤에게 온 몸으로 힘껏 달려들었다. 지혜가 굼뜨긴했지만 체급에선 혜윤보다 위였기 때문에 날뛰던 혜윤은 맥없이 그대로 넘어져 둘은 교실 바닥에 뒹굴었다. 혜윤이 메고 있던 가방에서 물건들이 촤악 쏟아졌다.


"악!"


"크윽!"


'어째서 나를 때릴 수 있는거야?'


보험으로 이미 자신을 공격 할 수 없다고 적은 것은 분명할텐데 혜윤은 그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자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혜윤보다 먼저 일어난 지혜는 지혜의 무게가 실려 땅바닥에 쓰러진 충격 탓에 아직 일어나지 못하는 혜윤을 내려다보며 휘청이는 몸을 교탁에 기댔다.

방금 맞은 탓인지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 우선 급한대로 교탁위에 놓인 휴지로 코를 막으며 지혜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최민지도 내 노트에 어떻게 손을 댄거야?'


아무래도 너무 많은 현실에 손을 댄 죄로 지혜가 의식을 잃었을 때 노트 자체에도 무슨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단순히 혜윤 혼자의 운명이 바뀐 것 만으로는 댓가를 치루지 못한 듯 했다.


"그럼 그것도 말해주지 씨발.."


방금 맞은 얼굴에 강한 통증을 느끼며 지혜는 작게 욕을 내뱉었다. 신이라는 존재는 결국 자기 할 말만 하고 간 것이였다.


'이럴때가 아니지.'


우선 빨리 민지를 찾아야만했다. 지혜는 자신을 노려보며 일어선 혜윤에게 말했다.


"진정해 혜윤아. 변화에 충격먹은 것은 알겠지만 이래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최민지를 찾아야한다고"


"닥쳐! 지금 내 몸 안보여? 이게 무슨..!"


혜윤은 차마 말 못할 변화에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런 혜윤을 보더니 지혜는 우선 설득을 위해 말을 이었다.


"노트는 최민지가 가지고 있어. 네 몸의 변화엔 유감이지만 그걸 회수해야 너도 돌아갈거아냐!"


노트를 되찾더라도 혜윤의 몸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지혜는 거짓말이라는 선택을 했다. 지혜 입장에선 최민지를 잡는 것이 먼저였다.


"..하 시발.. 알겠어."


혜윤은 지혜의 말을 수긍 할 수 밖에 없었다. 혜윤이 동의하자 지혜는 그제서야 혹시라도 다시 달려들까봐 긴장된 몸을 풀 수 있었다.


"그럼 우선 세수만 좀 하자. 나 앞이 좀 흐리게 보여."


"..어 그래 세수 좀 해야할 것 같다. 다녀와. 가방싸고 있을게."


흥분이 가라앉은 혜윤은 지혜의 말에 어색하게 대답하며 바닥에 엎어진 물건들을 주섬주섬 주워담기 시작했다.







"하.. 시발 얼굴봐라."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니 생각보다 훨씬 지혜의 얼굴은 처참했다.

눈 아래에 푸른 멍이 들고 있었고 입술이 터져있었으며 미처 닦지 못했던 코피들이 굳어있었다.


"차갓!"


세면대에서 물을 틀고 얼굴을 닦자니 상처에 차가운 물이 닿으며 지혜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피가 닦여 나가며 붉은 물이 배수구로 흘러들어갔다.


"..약하네"


지혜는 새삼스레 노트가 없을 때의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지 알 수 있었다.

원인은 모르지만 노트의 간섭이 없어지자마자 혜윤에게 힘으로 무력하게 당해야 했고 사라진 최민지가 어디갔는지 알 수 없었다.


고개를 들고 다시 한번 자신의 얼굴을 본 지혜는 여전히 추녀라고 보일만한 자신의 얼굴을 보며 현실의 쓴 맛을 느꼈다.

혜윤과 합류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 지혜는 휴대폰을 꺼내 미령과 은영을 호출하기로 했다.


민지가 어디갔는지 알 수 없으므로 조력자는 최대한 필요했다.








"열..려라.. 제발..!"


민지는 학교에서 조금 멀리 있는 놀이터 의자에 앉아 노트를 열려고 하고 있었다.


노트는 강력본드라도 붙여둔건지 전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것만 열면 내 인생 되돌릴 수 있다고..! 볼펜도 다 있으니까 제발!"


있는 힘껏 노트를 쥐던 민지는 숨을 몰아쉬며 들고있던 노트를 힘껏 땅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아오 씨발!"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던 어머니들이 갑자기 민지가 욕을하며 소리치자 힐끗 노려보기 시작했다. 주변에 뛰어놀던 애들 역시 민지를 이상한 사람을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뭐야 이 노트는'


노트가 열리지 않자 툴툴대며 민지는 땅바닥에 구르고 있는 노트를 바라보았다. 땅바닥에 구르고 있음에도 여전히 펼쳐져 있지 않았다.


"아아아아!"


머리를 쥐어짜며 민지가 소리치자 민지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던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민지는 노트를 다시 집어들곤 한숨을 내쉬며 장소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저기, 무슨 일 있는거야? 여기는 애들도 많이 있으니까 조금 자중했으면 좋겠는데."


"예?"


안그래도 잔뜩 언짢은 상태였던 민지는 누군가가 참견하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올려다 보았다.


"애들도 많이 있으니까 욕 같은 거는 좀 자중해달라고."


상대방 역시 민지의 반응을 보더니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인지 말투가 좀 거칠게 바뀌었다. 민지는 재빠르게 위 아래로 훑으며 상대방을 자신이 상대 할 만한지 확인했다.


'가만.. 이 사람?'


민지의 시선이 점점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에서 많이 본 것 같은 사람이였기 때문이였다.


"혹시.. 박..지민 언니에요?"


"아.. 모자 쓰고 나올 걸. 알아보는 건 또 처음이네."


"헐! 대박?"


요즘 텔레비전에서 떠들썩한 여성 격투가. 박지민이 민지의 앞에 서있었다. 텔리비전 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여성 격투가면서 화려한 기교로 주목도를 높인 미인 격투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썩 좋은 상황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유명한 사람이 자신 앞에 서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던 민지는 방금까지 건들건들하던 자세를 고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지금 너무 힘든 상황이여서요. 주변 신경쓰지 못한 건 사과드리겠습니다."


'유명해지고 볼 일인가?'


유명 토크쇼에 우연찮게 출연한 뒤로 최근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지민이였지만 이런 식으로 쉽게 일이 풀리자 마냥 나쁜 것 만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원래라면 여기서 그래, 그럼 잘 지내라 하고 떠나야했지만 자신을 알아보고 고분고분해진 민지의 태도 탓일까.

아니면 오늘 아침에 겪은 일 때문일까.


아침에 남편과 있었던 일을 회상한 지민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민지에게 물었다.


"힘든 상황이라니? 무슨 일인데."


"..그게요."


민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사람에게 사실을 말했다간 소민과 같은 꼴을 당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일단 만져지지 않던 노트가 만져지는 걸 보아하니 평소와 뭔가 다른 것 같긴한데 그래도..'


슬슬 지혜가 깨어났다면 아마 그쪽은 자신을 찾으려고 할 것이였다.

노트는 우선 민지가 들고 있으므로 기묘한 간섭은 하지 못하겠지만 민지 자신의 몸을 보호 할 수단이 필요하기도 했다.


"흑.. 사실 전.."


판단을 내린 민지는 우는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지민은 갑자기 아까까지 멀쩡하던 여자애가 울기 시작하자 당황하면서 물었다.


"왜, 왜그래!"


"저 괴롭힘 당하고 있어요. 지금 도망쳤어요.. 흑"


"괴롭힘?"


지민은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민지의 얼굴도 그렇고 아까의 태도도 그렇고 어딜봐도 괴롭힘 당할 것 같이 생기진 않았기 때문이였다.


"네가?"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믿기지 않은 탓에 지민이 다시 되묻자 민지는 부끄러움을 참으며 일어나더니 말했다.


"제, 제 엉덩이 보이시죠? 이게 병 때문에 부어오른건데.. 이것 때문에 흐윽.."


"어.. 응?"


민지의 말을 듣고 지민은 일어난 민지의 하반신을 바라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건.. 살이 찐건 아닌거 같은데?'


운동하는 지민의 입장에서도 상체가 저렇게 말랐는데 엉덩이가 저런식으로 커다라다니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억지로 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정상적으론 나올 수 없는 엉덩이 크기였다.

다른 사람이라도 민지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는데 격투가로 활동하면서 몸에 대해 더 잘 아는 지민은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누가 괴롭히는데..? 경찰에 신고는 했어?"


"그게..아직.."


현실적인 괴롭힘이 아니였기에 경찰에게 갈 수는 없는 노릇이였지만 사실 경찰을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맞긴 했다. 민지가 말을 흐리자 지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에휴.. 우선 가자. 경찰서까지 같이 가줄게."


"아, 네..!"


노트를 황급히 챙겨든 민지는 지민의 말에 대답하며 따라갔다. 일단 경찰서에 가는 사이 동안이라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구한 셈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그 사이에 이 노트를 열어봐야만 해. 어떻게든.'


지민은 노트를 끙끙대며 들고있는 민지를 의아한 눈으로 슬쩍 바라보곤 앞서 걷기 시작했다.







한편 지혜와 혜윤은 정문에서 미령과 은영을 만나고 있었다.


"세상에 지혜야 얼굴이 왜그래?"


미령이 묻는 말에 지혜는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대충 핑계를 대곤 상황을 설명했다.


지혜가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뒤에서 지켜보던 혜윤은 은영 역시 노트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받고 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였다.


미령과 은영에게도 사실대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었던 지혜는 말했다.


"잠깐 방심한 사이에 민지에게 노트를 뺏겨버렸어요. 그 벌로 혜윤이의 운명이 꼬여버렸구요. 두 사람 다 나 좀 도와줄래요?"


"상황이 복잡해졌네."


"안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


미령과 은영은 각각의 방법대로 민지를 찾는 것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럼 나는 혜윤이랑 차로 한번 돌아볼게."


"아, 네 언니 얼른 가죠."


미령은 지혜와 혜윤이 붙어 있으면 곤란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혜윤을 차에 태우곤 지혜에게 살짝 윙크하며 눈치를 주곤 그대로 떠났다. 확실히 이럴 땐 누구보다 든든한 미령이였다.


"미령 언니 덕분에 좀 낫겠다. 은영아 너는?"


"일단 나는 친구들에게 수소문 해봐야지. 너는 방법이 있니?"


은영이 휴대폰을 꺼내려고 하자 지혜는 망설이더니 말했다.


"없긴 한데 발로 뛰어다녀볼게. 찾으면 바로 연락줄게."


은영은 지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전화하기 시작했다. 지혜는 은영이 통화하는 사이 발을 돌려 우선 걷기 시작했다.


'최민지..'


지금의 지혜에겐 노트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였다.


반드시 찾아야만 했다.

(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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