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민지는 자신의 외모와 뛰어난 성적을 이용해서 주변 모두가 자신을 부러워하거나 동경하게 만드는 완벽한 인간을 연기해왔다.
비록 민지 내면은 사람을 가리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더러운 성격이라지만 뛰어난 연기력과 정치력으로 그것을 감추며 민지는 인맥관리를 해왔다.
지혜의 노트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능력이 아니면 타인의 마음을 알 리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민지 주변의 인물들은 민지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믿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한소민 역시 그들 중 한 명 이였다. 민지는 중학교때 선도부원이던 한소민과 친해진다면 언젠가 도움이 되겠지 싶은 생각에 그녀에게 잘 대해줬지만 한소민은 그런 민지에게 진정한 우정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민지도 처음엔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다지만 소민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민을 친구로 인정하고 왠만해선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기위해 절대 고민을 풀지 않던 민지가 소민에게만은 자신의 고민을 나누는 등 과거 혜윤과 더불어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였다.
민지와 혜윤이랑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한 소민은 여름방학 전 까진 연락하기도 했고 여름방학 도중에 여행가자며 신나서 이야기하던 민지가 갑자기 연락을 끊어 걱정하던 찰나에 뒤늦게나마 만나자는 연락이 오자 그간 연락 안한 것에 대한 화나는 감정과 반가운 감정이 섞여 설레이면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최민지..! 우씨, 오늘 비싼 거 사달라고 할거야.'
오랜만에 셋이 만나 수다 떨 생각에 소민은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민지에게 전화걸어 약속장소를 전해 들은 소민은 민지가 말해준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에 들어간 소민은 멀리서부터 보이는 민지와 혜윤을 알아보고 웃으며 다가갔다.
민지는 저 멀리 꾸준히 운동한 탓에 건강미 넘치는 몸매에 어깨까지 오는 중단발, 캐주얼한 룩을 입은 평범하게 예쁜 아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소민이가 왔음을 깨달았다.
"야 최민지 너 왤케 오랜만이야! 그간 연락도 안 주고 뭐했어."
소민은 살갑게 민지에게 말을 걸며 혜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인사했다. 혜윤 역시 싱긋 미소로 화답하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러나 혜윤과 다르게 민지는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소민은 그런 민지를 보며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민지야? 무슨 일 있어? 어디 불편해보이는데."
소민의 물음에 민지는 어색하게 웃었다.
"일은 무슨.. 앉아. 오자마자 뭔 소리야."
앞에 만난 사람들과는 다르게 한소윤과 최민지의 관계를 완전히 박살내길 원했던 혜윤은 차근차근 관계를 부수기 위해 최민지에게 최대한 소민이 아는 민지를 연기하도록 지시했다.
'나라면 이럴 때 어떻게 말할까?'
민지는 혜윤의 지시대로 자신답게 소민을 대하려고 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여름방학부터 시작된 3개월간의 최민지 조교는 조금씩 민지를 갉아들어가 지금와서는 여름방학 전의 당당하고 무서울 것이 없던 최민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민지는 망가져버렸다.
본인이야 항상 속으로 언젠가 꼭 벗어난다 라고 정신을 붙잡고 있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존심이 강해서 일어나는 일이고, 막상 실제로 잠깐이나마 원래의 최민지로 지내라고 지시 받았음에도 당당하지 못하고 혜윤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는 자신을 민지는 깨달았다.
민지 본인부터가 위화감이 드는데 민지의 친구인 소민이 눈치 못 챌 리가 없었다. 소민은 혜윤을 보며 말했다.
"혜윤아. 민지 무슨 일 있어?"
소민의 입장에선 민지와 혜윤이 친하니까 단순하게 원인을 알기 위해 물어본 질문이였지만 혜윤의 입장에선 자신이 민지에 대해 항상 알아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졌다.
민지의 친구를 위장한 노예시절을 겪었다는 생각에 피해망상이 생긴 혜윤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난 모르지. 직접 물어봐 왜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해?"
'얘는 또 왜 이래?'
소민은 너무나도 어색한 민지와 갑자기 화내는 혜윤을 보며 당황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다.
혜윤은 아차 싶어 다시 감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민지 아무 문제 없어. 그치 민지야?"
민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아니 응. 그럼 당연하지. 내가 무슨 일 생길 사람으로 보여?"
소민은 여전히 미심쩍었지만 두 사람이 아무렇지 않다고 하는데 계속 캐묻는 것도 이상했다. 소민은 흐응.. 작게 소리를 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뭐 마실래? 내가 주문해올게."
소민의 말에 민지가 대답했다.
"아냐, 우리 뭐 이미 마셨어. 네 것만 사고 옷 보러가자."
"그럴까?"
소민이 동의하자 민지와 혜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민은 그제서야 민지의 몸을 보고 조금 놀라며 말했다.
"민지야? 너 요즘 살 쪘어?"
소민의 질문에 민지는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당연히 반응 오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응.. 조금 쪘네. 이상해?"
소민은 최대한 민지가 상처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며 말했다.
"이상..한건 아닌데.."
소민의 시선은 계속 정상적인 크기가 아닌 민지의 하체, 그 중에서도 투실투실한 엉덩이를 향해 있었다.
민지는 혜윤의 지시로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있었고 그 탓에 앞에 만난 이들에게는 첫 인상부터 무시당했지만 소민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민지에 대해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지의 엉덩이는 아무리 민지 외형을 별 신경 쓰지 않는 소민이라도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컸다.
민지는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소민의 앞으로 먼저 걸어나가며 엉덩이를 씰룩거렸다.
"얼른 가자. 카페 너무 오래 있었더니 힘드네"
"으..응."
소민이의 뒤에 서있던 혜윤은 민지의 엉덩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소민을 보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세 사람은 그렇게 소민이 마실 음료만 구매하고 카페 밖을 나가 근처 쇼핑몰을 향했다.
쇼핑몰을 향하며 소민은 결국 아까부터 신경쓰이는 것을 참지 못하고 민지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야 살좀 빼 ㅋㅋ 이게 뭐야."
소민은 장난식으로 말하며 민지 엉덩이의 심각성을 알리려 했으나 민지의 반응은 소민의 예상보다 심했다.
"히익?! 마, 만지지마!"
민지는 혹여라도 자신 몸의 피어싱 같은게 들킬까봐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민의 손을 뿌리쳤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혜윤이 웃으며 슬쩍 말했다.
"맞아, 민지 그거 아파서 그런거야. 우리가 이해해줘야해."
"아파? 어디가?"
정아라랑 다르게 소문에 대해 전혀 듣지 못한 소민은 혜윤이의 말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민지를 바라봤다.
민지는 더운 날씨와는 별개로 그것을 소민에게 한번 더 말해야 한다는 사실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디 안 좋아 민지야? 응?"
민지의 속마음도 모르고 소민은 민지에게 한번 더 물어봤다. 민지는 소민 옆에서 자신을 보며 눈빛을 보내는 혜윤을 보곤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응..나.. 그 사실.."
민지는 눈을 질끈 감고 번화가 한복판에서 배에 힘을 주었다.
'뿍! 뿌르르르륵! 뿌악!'
추잡한 소리가 민지 주변에 울려퍼졌다. 소민은 민지를 걱정해주다가 민지가 뿜는 방귀 파열음에 몸이 굳어버렸다.
"미, 민지야?"
소민의 물음에 민지는 말을 이었다. 정말 하고싶지 않은 정신나간 설정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 사실 방귀가 멈추지 않는 병에 걸렸어. 그 탓에 계속 이렇게 뿡뿡거리고 엉덩이는 뿡뿡이마냥 뚱뚱해졌어. 미안 숨겨서."
지혜의 게임으로 인해 생겨난 방귀가 멈추지 않는 가짜 병은 지혜의 지시로 어디가서든 진짜인 것 처럼 행동하도록 되어 있었다.
민지는 소민이 자신을 비웃으며 다른 애들처럼 떠날 것이라는 생각에 살짝 눈물이 맺힐 것만 같았다.
소민 역시 처음엔 당연하게 그런 민지에게 당황했지만 이내 안쓰럽다는 생각이 머리 가득 맴돌았다.
"괜찮아, 그래서 여름방학동안 연락이 없었구나. 괜찮아 민지야."
혜윤은 예상못한 소민의 대답에 눈을 크게 뜨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이런 반응이 나오면 안되는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혜윤의 생각보다 훨씬 소민은 올바른 아이였다.
민지는 소민의 대답에 감동하며 소민을 바라봤다. 소민은 그런 민지와 눈을 맞추며 생긋 웃으며 말했다.
"얼른 옷 사러가자. 나 오랜만에 니가 골라주는 옷 입고싶어."
"응..그럼 당연하지."
민지는 슬쩍 혜윤의 눈치를 보곤 대답했다.
소민이 무척이나 고마웠지만 소민의 등 뒤에서 혜윤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기에 민지는 고마움보다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민지와 쇼핑은 꽤나 체력을 소모한다는 걸 소민은 알고 있었다.
애초에 돈이 많기도 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민지는 이것 저것 다 몸에 대보고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아서고를 반복하느냐고 쇼핑은 기본 3시간이였기 때문이다.
소민은 그 과정은 지치지만 셋이 함께 수다 떨면서 노는 것에 중점을 두고 쇼핑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쇼핑은 소민이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민지야 이거 어때?"
"으응.. 이뻐"
"아니 이쁘다는 말 밖에 못해? 안되겠다 한번 입어봐."
혜윤은 민지를 끌고다니며 가게마다 제일 이상한 옷을 골라 민지에게 추천했다.
예를 들어 가슴팍에 커다랗게 아동용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옷이나,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는 팬티, 커다란 엉덩이가 부각되는 밤색 레깅스 같이 민지에게 굴욕을 주는 용도의 옷 아니면 성적 어필 용도의 옷만 추천해주고 있었다.
소민이 당황스러운 것은 그 최민지가 이런 혜윤의 모습에 저항 한번 하지 않고 다 이쁘다, 좋다 하면서 입어보고 사진을 찍게 해준다는 것이였다.
옆에서 같이 따라다니며 지켜보던 소민은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 가슴만 간신히 가리는 옷을 입고 있는 민지를 향해 말했다.
"민지야. 그거 진짜 별로다. 너 옷 보는 눈이 왜 이렇게 떨어졌어 ㅋㅋ"
나름 혜윤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단어 선택을 하며 소민은 민지에게 그만 휘둘리라는 의사표현을 전했다.
민지는 그 말에 혜윤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으응.. 아냐 나 진짜 괜찮으니까.."
'또 혜윤이 눈치..'
아무리 소민이 사정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카페에서부터 쭉 이런 분위기 속에 함께 있다보면 이상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민지와 혜윤사이에 무언가 있다. 이건 분명했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그 당당하고 유쾌하던 민지가 혜윤의 앞에서 기죽고 시키는대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윤은 답답한 마음에 혜윤을 향해 말했다.
"너도, 둘이 무슨 일 있는 지는 모르지만 꼭 내가 있는데 그렇게 행동해야겠어? 솔직히 불쾌해. 게다가 민지 아프다잖아? 너 민지가 저렇게 됐다고 해서 무시하는거야? 실망이다 진짜."
"아.."
혜윤은 가뜩이나 클리토리스가 팬티에 마찰되면서 느껴지는 쾌감과 끓어오르는 성욕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행동하고 있는데 한소민이 진짜 자신이 잘난 사람마냥 자신을 훈계하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올랐다.
자신이 원한 그림은 카페에서부터 민지가 계속 설설 기는 모습을 보여주어 소민이 민지에 대한 이미지가 깨질때 쯤 쇼핑몰 속옷 판매점에서 확인사살로 유두 피어싱을 보이게 해 완전히 민지에 대한 소민의 마음을 돌릴 생각이였다.
혜윤은 소민에게 말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 쟤가 나 중학교때 뒤에서 일부러 왕따시키고 친구인 척 도와주는 척 한거 알았어?"
소민은 혜윤의 말에 조금 당황했다.
혜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훈계하는 소민에게 진실을 말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소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을 초월하는 말이였다.
"알..고 있었어?"
"뭐?"
당연히 같은 중학교이면서 민지의 친한 친구였던 소민은 혜윤이 어떻게 해서 자신들과 어울리게 되었는가. 민지의 계획에 대해 들었었다.
민지는 당시 선도부원이던 소민에게 네가 부장역할도 맡고 있으니 잠깐만 눈 감아달라 부탁했고 소민은 망설임 끝에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처음엔 죄책감이 있던 소민이였지만 이내 혜윤이 자신들과 친해지면서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죄책감을 덜었었다.
설마 그 혜윤이가 진실을 알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혜윤은 소민의 대답에 끓어오르는 배신감과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두 사람을 놔두고 쇼핑몰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건 아닌 것 같네."
오피스텔에서 미령과 함께 노트로 세 사람의 행적을 보고 있던 지혜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아무리 혜윤이라도 좀 안쓰럽구나."
미령 역시 그 모습을 같이 보며 말했다.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혜윤이가 저한테 기어올라서 조교대상이 되긴했지만 사실 얘도 최민지 피해자긴 하니까요. 이거 좀 안쓰러운데."
지혜는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결심했다는 듯 노트를 덮더니 일어났다. 미령은 지혜를 보며 말했다.
"뭘 하려고?"
지혜는 노트를 가방에 넣고 미령을 보며 대답했다.
"어차피 혜윤이가 도망쳐버려서 민지 관리 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한소민이란 얘한테 관심이 생겨서요. 제가 쇼핑몰로 가보려구요."
지혜에게 관심이 생겼다는 뜻이 무엇인지 잘 알고있는 미령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난 혜윤이한테 가볼게. 혜윤이도 많이 쌓였을거고."
지혜는 대답했다.
"그러세요, 이따 다시 이 오피스텔에서 뵈요. 혜윤이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잘 달래주시구요."
말을 마친 지혜는 오피스텔을 나가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목표는 최민지와 한소민이 함께 있는 쇼핑몰.
이후 계획은 우선 접근 한 뒤에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