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의 하루는 오늘도 최악으로 시작했다.
'떴다(부륵) 떴다(뿍!) 비행기~(부르르르륵!) 날아라!(뿍) 날아라!(뿌앙!) 높이, 높이 날아라(푸륵!) 우리 비~행기(뿌아아아아아악!)'
"제발 그만..!"
이젠 듣기만해도 노이로제 걸릴 것 같은 정신 나간 알람음에 휴대폰을 황급히 들어 끈 민지는 거의 던지다시피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아직까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벨소리였지만 버티는 것도 한계였다.
요즘 혜윤이나 지혜가 자신의 휴대폰을 검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눈치보면서 무음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이것도 시간문제였다.
걸리게 된다면 또 어떤 벌칙이랍시고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에 민지는 매일 마음을 졸여야했다.
"우읏, 오줌마려 화장실.."
배설공유 탓에 너무 오래 참았던 오줌이 당장이라도 나올 것 같자 민지는 다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갔다.
휴대폰으로 황급하게 보내보았지만 누군가가 읽지 않았다.
"에이 씨 다들 마려우면 연락하라면서 뭐 읽지도 않아!"
참기 어려웠던 민지는 결국 소민만 응답하자 변기에 앉아 오줌을 싸고 말았다.
이후 유나가 일어났는지 연락을 남기자 미안하다고 보내며 민지는 중얼거렸다.
"씨발.. 나보고 어쩌라고. 다 똑같은 처지에."
소민과 유나가 민지에게 보내는 적의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개조당했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했다.
민지 역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크게 가진 것은 아니였다. 그도 그럴게..
'시발 김지혜가 잘못한거지 내가 잘못한거냐고.'
이 일의 모든 원인이 김지혜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였다.
속으로 지혜를 욕하며 민지는 옷을 벗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읏.."
가슴에 덜렁이던 피어싱이 손에 닿자 민지는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거울을 보니 흉하게 커져있는 엉덩이, 검정색으로 크게 부푼 유두, 털이 잔뜩 엉킨 겨드랑이가 보였다.
민지는 어제 잠깐 정상으로 돌아왔던 자신의 몸을 떠올리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것도 김지혜의 농간이였어.."
지혜는 민지의 몸을 인질로 잡고 결국 민지가 두 사람에게 밉보이도록 유도했다.
그때는 몸을 원래대로 돌려준다는 제안에 눈이 멀었던 민지는 결국 눈치 채는 것이 늦어버렸다.
"학교 가기 싫다.."
민지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다리를 쭉 벌리더니 항문 피어싱을 휴지로 정성스레 닦았다.
잘못 관리하면 찢어질 수 있다는 미령의 경고에 볼일을 보면 항상 하는 일이였다.
'딸랑딸랑'
"...씨발"
방울소리가 들리자 기분이 언짢아진 민지는 욕을 한마디 뱉고는 화장실 밖으로 나가 등교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
"기다리고 있었어 뿡뿡아."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은영이 민지를 보며 말했다.
가뜩이나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못했던 민지가 은영을 보고나니 더 불쾌했다.
'얘는 아침부터 왜 지랄이야'
자신의 약점을 쥐고있는 탓에 은영에게 노골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민지는 속으로 불평하며 대답했다.
"응 은영아.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최대한 감정을 숨기고 대답했지만 은영의 눈에는 이미 다 보이는 것 같았다.
은영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 말투가 되게 띠껍다? 나 싫어?"
"어? 아.. 아니."
민지가 당황하며 대답하자 은영은 히죽 웃더니 민지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농담이야. 어서 가자 할게 있어."
"하, 할거라고?'
'또 뭘 시키려고?'
은영의 말에 불안해진 민지가 머뭇거리자 은영은 방금까지 생긋 웃던 표정은 어디가고 정색하더니 말했다.
"가자니까? 맞고싶은거야?"
"아, 아냐! 갈게.."
은영의 반복적인 폭력으로 민지는 은영의 말만 들어도 뒷통수가 불안해지는 상태에 이르렀다.
맞고싶지 않았던 민지는 순순히 은영을 따라갔다.
2학년 복도로 향한 민지는 은영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은영이 멈춰서더니 민지를 보며 말했다.
"자 그럼 오늘 아침 피곤에 쩌든 우리 친구들을 위해 한번 힘차게 모닝방구 뀌어줘!"
"..뭐라고?"
은영이 너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해서 민지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민지가 다시 되묻자 은영은 망설임 없이 민지의 뺨을 쳤다.
'짜악!'
"아악!"
"내 말 알아듣기 힘들어? 방귀 뀌라고. 힘차게."
은영은 민지의 뺨을 때리곤 정색하며 말했다.
뺨을 맞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민지는 아직도 얼얼한 뺨을 만지며 은영을 바라보았다.
"너 미쳤어..?"
설마 이렇게 노골적으로 떄릴 줄은 몰랐던 민지가 말하며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민지가 맞은 것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은영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니가 그렇게 도움 요청해도 아무도 너한테 안 도와줘. 지랄 말고 빨리 방귀 뀌고 들어가자. 응?"
손을 한번 더 올리며 은영이 말하자 민지는 울먹이는 눈으로 배에 힘을 주었다.
'뿌~우우우웅!'
"푸흡!"
배에 힘만 주면 우렁찬 방귀를 뀌는 것은 이제 민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복도에 추한 소리가 울리자 등교하던 친구들은 하나 둘 민지를 비웃으며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터질듯이 얼굴이 붉어진 민지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은영이 웃더니 말했다.
"야 ㅋㅋ 고생했어. 하나만 더 하고 아침엔 그만하자."
"더 한다고? 여기서?"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민지가 말하자 은영이 고개를 젓더니 대답했다.
"아니 다른건 아니고 네 복장 좀 손볼려고. 이리와봐."
복장을 손본다는 말에 민지는 쭈뼛쭈뼛 다가갔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지내"
은영은 민지의 윗옷을 말려 올리더니 배가 드러나게 하곤 말했다.
그리곤 민지의 말랑말랑해진 뱃살을 만지작거리며 비웃었다.
"이제 누가 돼지야? 운동 좀 해 민지야."
"으..응"
오늘 하루 배를 드러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부끄러운 일은 아니였다.
민지는 생각보다 싱거운 복장지시에 안도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야 뿡뿡아 가자. 은영이가 찾아."
"어.. 응!"
점심시간.
그나마 별 문제 없이 오전을 보낸 민지는 은영의 친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일어났다.
'부르르르륵!'
"앗.."
별 생각없이 일어나는데 갑자기 방귀가 나오자 당황한 민지가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소민이나 유나는 각자 별 문제 없었는지 문자는 없었다. 민지가 안도하자 지켜보고 있던 은영의 친구가 말했다.
"ㅋㅋ 미친년 또 방귀뀌고있네. 빨리 가자니까?"
"어.. 응..!"
민지는 혹시나 책잡힐까 은영이 지시내린대로 잘 입고 있는지 확인했다.
은영은 하루종일 민지에게 배를 드러내도록 지시했고 민지는 은영의 지시대로 옷 상의를 말아올려 배를 드러내고 다녔다.
몸매가 돌아왔지만 관리에 신경쓰지 못한 탓에 뱃살이 말랑말랑하게 나와 있었다.
얼굴을 붉히며 민지는 옷 정리를 마치고 은영의 친구들을 따라 나갔다. 또 뭘 시킬까 두려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왔어?"
"어..!"
은영의 친구를 따라간 민지는 지혜와 은영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해 소리쳤다.
'저번에도 같이 다니더니. 어떻게 된거야?!'
은영과 지혜는 같이 붙어 다닐 이유가 없는 조합이였다.
민지는 설마 하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은영에게 물었다.
"두 사람이 어째서 같이 있는거야?"
"응?"
민지의 물음에 은영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대답했다.
"별 다른 이유는 없는데? 그냥 친해졌어. 왜?"
"아, 아냐.."
민지는 지혜를 힐끗 바라보았다. 지혜는 민지와 눈이 마주치자 히죽 웃었다.
"그럼 밥 먹으러 갈까? 오늘 점심 뭐더라?"
은영은 벌떡 일어나더니 옆의 친구에게 물으며 급식실로 향했다.
민지도 따라가려고 했더니 지혜가 민지를 붙잡고 뒤로 빠지면서 말했다.
"우리는 따로 좀 보자 민지야? 당장 배고픈건 아니지?"
"김지혜.. 너 또 무슨 개수작이야?"
지혜의 말에 민지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물었다. 지혜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대답했다.
"아니, 나는 니 편이야 민지야. 이제 슬슬 질리기도 하고 너를 좀 도와주려고? 싫으면 말고"
지혜의 말은 마치 민지에게 다시 한번 몸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분명 함정인 것을 알면서도 민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다.
"..알았어. 가자."
우선 이야기만 들어보자.
생각이 든 민지는 지혜와 함께 뒤로 빠졌다.
"여긴 왜?"
옥상으로 들어온 민지가 지혜에게 묻자 지혜가 말했다.
"잠깐 여기 있어. 내가 할 일이 생겨서. 무슨 일이 있어도 나오면 안돼?"
"어?"
지혜는 민지를 옥상에 올려두곤 문을 닫고 들어가버렸다.
당황한 민지가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무언가 말소리가 들렸다.
"..뭐지?"
옥상 문에 귀를 대보았지만 너무 두꺼운 문 탓에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추측상 김지혜와 누군가가 대화하는 것 같은데 감이 잡히지 않았다.
"뭐하는거야.."
지혜의 말대로 옥상에선 나가지 못하겠고 뭘 할지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였던 민지는 한숨을 내쉬곤 지혜를 기다렸다.
다시 옥상으로 들어온 지혜는 표정이 매우 안 좋았다. 민지는 혹시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까봐 지혜의 눈치를 봐야했다.
"너를 좀 도와주려고 민지야. 솔직히 지금 힘들지?"
지혜는 방금까지 표정이 안 좋았던 모습은 어디가고 감정을 억누르며 민지에게 웃으며 말했다.
"힘드냐고? 그걸 말이라고.."
민지가 대답하자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래서 한번 더 기회를 주려고. 근데 그냥 몸을 되돌려주면 또 보기 안 좋잖아?"
'내 몸을 되돌린다는걸 니가 뭔데 좋고 안 좋고를 따지는거야?'
말이 목 아래까지 치고 올라온 민지였지만 참아야했다.
괜히 몸을 돌려준다는 지혜 심기를 건드려봤자 좋은 일이 없었다.
"그러니까 오늘 방과후에 세번째 벌칙을 통해서 몸을 돌릴 여지를 줄게. 어때?"
"벌칙이라고? 끄, 끝난 거 아니였어?"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것에 당황한 민지가 묻자 지혜가 대답했다.
"뭔 소리야? 개조룰렛이 고작 두번째 벌칙이였잖아~ 잊었어?"
두통을 느끼며 민지는 지혜를 노려보았다.
지혜는 민지의 시선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근데 내가 방과후에 좀 바빠서. 오늘 나 대신 너와 벌칙을 하게 해줄 사람이 있어."
'그 아줌마나 혜윤이겠지'
"소개할게~"
당연히 미령이나 혜윤이겠거니 하던 민지 앞에 은영이 생긋 웃으며 옥상으로 들어왔다.
민지의 눈이 터질 듯 커졌다.
"너.."
"안녕 민지야. 오늘부터 네 새 주인이 될 송은영이라고 해?"
은영의 손에는 익숙한 것이 들려있었다.
지혜에게 부탁받아 챙겨온 지혜의 노트였다.
"너.. 말한거야?! 쟤한테 그 노트를?!!"
민지가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지혜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래봤자 아무 짓도 못한다는 걸 알기에 지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 없는 동안 민지를 잘 부탁해? 여기서 민지에게 적을 건 다 적어두자고."
은영에게 노트를 건내받은 지혜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아~ 오늘 아침에 좀 이상했지? 내가 때리는 건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게 지혜가 적어줬거든. 이제 앞으론 거리낌 없이 때릴 수 있겠다. 그치"
"아.."
지혜와 은영이 히죽대며 노트를 펼치자 민지는 눈 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당할까.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