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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45화

"..님! ..선생님!"


"..아"


유나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상담실에서 그대로 잠든걸까?'


최근 정신적으로 너무 몰린 탓일까. 유나는 아직 몽롱한 의식을 깨고자 노력하며 몸을 일으켰다.


'어? 침대?'


분명 상담실에서 지혜와 몸싸움을 했던 것이 마지막 기억일텐데 유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폭신폭신한 침대 덕에 일어나도 몸이 불편하지 않았다.


'지혜가 옮겨준건가?'


설마 그럴리가. 싶었지만서도 지혜가 아니라면 자신을 옮길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때였다.


"유나 선생님! 정신이 좀 드세요?"


"어? 네?"


상황을 파악하느냐고 자신을 깨운 사람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유나가 다시 한번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보건 선생님?"


"정말이지.. 몸은 좀 괜찮으세요? 쓰러져 계신다고 학생이 알려줘서 다행이였어요."


아무래도 자신을 여기로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은 지혜가 맞는 것 같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군요. 몸은 정말 괜찮아요. 이제 일어나야죠. 끄응.."


오전 수업을 몽땅 날려버렸지만 오후 수업이라도 진행하기 위해 유나가 일어나려고 하자 보건 선생이 말렸다.


"어어! 일어나시지 마세요. 좀 더 주무셔도 되요. 오늘 선생님 수업은 다 빠졌어요."


"네? 아니 그게 무슨.."


"만삭이라 힘드시죠?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셨을 것 같아서 오늘 수업은 다 빼두라는 교감 선생님 지시에요. 원하신다면 다음 주 부터는 대신해주실 선생님을 구할테니 쉬어도 좋다고 하셨어요."


'아.'


그제서야 유나는 자신이 만삭 임산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중하게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유나는 물었다.


"혹시 제가 자면서 이상한 짓은 하지 않았나요? 뭐.. 괴상한 발작을 일으킨다거나 아니면 그.. 오줌을 쌌다거나?"


혹시라도 배설 공유나 광대증으로 발작하지 않았을까 걱정된 유나가 묻자 보건 선생님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네? 아뇨 뭐 그런 건 없으셨는데요. 아! 만삭이셔서 압박되는 것 때문에 요실금이 있는 건 당연한거니까요. 너무 부끄러워 하지마세요."


다행이 기절하는 동안 아무런 일은 없었던 것 같았다.

유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괜찮으시겠어요? 아니면.."


자신을 걱정하는 보건 선생에게 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나중에 커피라도 한 잔 살게요 선생님."


유나는 꾸벅 인사하곤 밖으로 나갔다. 아직 수업 중 인건지 보건실 앞 복도는 한산했다.


'그럼.. 우선 감사인사를 드려야겠지.'


비록 진짜 임산부는 아니였지만 자신의 사정을 배려해준 교장 선생님에게 감사를 표하고 마침 수업을 다 빼주었다니 오늘은 일찍 집에 가야겠다고 판단한 유나는 교무실 쪽으로 발을 돌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지혜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선생님, 몸은 좀 어떠세요?"


"김지혜..!"


조금이라도 푹 잔 덕에 편안해보였던 유나는 지혜를 보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지혜는 유나가 다시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기 전에 재빨리 먼저 말을 꺼냈다.


"진정해요 선생님. 제 소중한 수업시간을 버리면서까지 정말 선생님한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온 거라구요? 한번 들어보시는게 어때요?"


"..해봐"


그래도 자신을 상담실에 방치해두지 않고 보건실로 갈 수 있게 해주었으니 유나는 지혜의 말을 들어나 보기로 했다.

지혜는 장소를 옮기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또 다시 여기네."


상담실로 들어서며 유나가 말했다. 오늘 아침에 지혜와 몸싸움을 했고 괴로워했던 장소라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학교에서 제 3자가 들을 일이 제일 없는 장소 중 하나니까요. 아니면 옥상으로 갈 걸 그랬나요?"


지혜가 묻자 유나는 톡 쏘아붙이듯 말했다.


"됐어, 빨리 이야기나 끝내. 뭔데?"


이번엔 확실히 노트를 챙겨온 지혜가 유나에게 노트를 보이며 말했다.


"선생님에겐 제가 도움을 좀 드리려구요."


"도움?"


또 저 노트였다.

처음엔 저 노트에 대해 몰랐지만 저번 개조 룰렛으로 유나는 저 노트에 무언가 적으면 그대로 실현된다는 걸 눈치 챈 상태였다.


"선생님은 사실 제 의도랑 다르게 말려드신거라서요. 굳이 따지면 이혜윤 때문에요."


"..이혜윤.."


빠득, 하며 유나는 이를 갈았다.

최근에 자신에게 간섭이 없어지긴 했지만 지혜 본인이 말하듯 모든 것의 시작은 이혜윤 이였다.


"그래서, 선생님에겐 좀 짐을 덜어드릴까해서요. 다른 애들에게는 비밀이지만요."


'짐을 덜어준다고?'


지혜의 말에 유나는 눈을 살짝 크게 뜨며 생각했다.

이걸 그대로 믿어야할지 아니면 부정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돌발성 광대증. 이걸 지워드리도록 할게요. 괜찮죠?"


1시간마다 발작이 일어나던 것을 멈춰준다는데 거부할 리가 없었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지워주는 것은 고맙지만.. 대체 무슨 꿍꿍이지? 네가 이제와서 내 사정을 생각해줄 리가 없는데."


지혜는 선의를 베풀어도 여전히 의심하는 유나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여태껏 해온 게 있으니 부정하진 않겠지만 완전히 밉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좀 속이 쓰렸다.


"그렇죠. 이 광대증은 다른 사람에게 써도 재밌을 것 같아서요. 대신 선생님은 사정상 다른 쪽으로 망가져주셨으면 해요."


"뭐?"


'사람을 망가뜨리는게 무슨 사정이 필요한거지?'


지혜의 말을 듣고 생각한 유나는 살짝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뭘 하려고? 그냥 한번쯤은 뒷통수 치는 건 안하면 안되니?"


"그렇게 걱정안하셔도 되요. 그냥 선생님이 다시는 자해하실 수 없도록 하려고 하는거니까."


지혜는 노트에 이미 적은 것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시간부로 선생님에겐 '모성애' 가 생기도록 했어요. 다신 그 배를 주먹으로 치거나 하실 수 없을거에요."


"모성..애? 윽!"


'두근!'


유나의 심장이 크게 한번 뛰었다.

가슴이 갑갑해지기 시작해 유나는 심장 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허억.. 흣.. 무슨 짓을 한거야!"


식은 땀을 흘리며 유나는 지혜를 노려보곤 소리쳤다.


"내 아기에게 무슨 짓을 한거냐고! 어?"


'내 아기라고?'


유나는 방금 자신이 한 말에 귀를 의심했다. 아기가 있을 리가 없었다.


"후후 선생님 아기에게는 아무 짓도 안했어요. 안심해요. 아기는 굉.장.히 건강할거에요."


지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유나는 자신의 만삭 배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런가.. 다행이야. 내 아기는 손대지 말아줘.."


여전히 위화감은 있었지만 유나는 자신의 아기가 멀쩡하다는 사실에 우선 안심하기로 했다.

배를 쓰다듬는 유나를 보며 지혜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배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도 좀 너무한 것 같아서요. 진짜 아기는 아니더라도 뭐라도 넣어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응?"


단순히 모성애 속성을 주입했을 뿐인데 유나의 표정은 굉장히 온화했다. 스트레스는 아기에게 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였다.


"아니에요. 이미 넣은 상태인데 아직 자각을 못하시는 것 같네요. 들어가보세요 선생님 오늘은 더이상 선생님께 관여하지 않을테니까요."


지혜는 자신의 할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뭐지?'



지혜가 너무나도 싱겁게 나가버리자 한껏 긴장하고 있던 유나는 의아한 눈으로 지혜가 나간 상담실 문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더이상 이상한 짓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집으로 돌아가서 쉬어야겠어."



'꿈틀!'



유나가 중얼거리자 그에 대답하듯 유나의 배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있을 리 없는 배가 요동치는 것을 본 유나는 기겁해야했지만 오히려 사랑스럽게 배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으응~ 우리 둥둥이.. 둥둥이도 얼른 쉬고 싶지? 엄마가 얼른 가서 맛있는 거 먹을게~"



지었던 적 없던 애칭까지 부르며 애교를 부리곤 유나도 상담실 밖으로 나가 교무실로 향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아기에게 좋은 음식을 해 먹을 생각이였다.








지혜는 노트가 바뀌었을 때 부터 끊임없이 고민하던 것이 있었다.


바뀐 노트가 이것저것 강화되면서 대상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거나, 최대 5명을 다룰 수 있거나 하는 것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혜에게 가장 주목이 가던 것은 개조의 범위가 증가한 것이였다.


기존 노트는 지혜가 시험삼아 해보았던 후타나리 같은 개조가 불가능했지만 바뀐 노트는 그것이 가능해 혜윤의 음핵을 길게 늘릴 수 있었다.


여기서 지혜가 생각이 든 의문이 바로 '과연 어디까지 비현실적 개조가 가능할 것인가?' 였다.


민지에게 기회를 봐서 이것저것 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최근 여러가지로 벌칙이니 뭐니 일이 겹치기도 했고 혜윤 처럼 적대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신경 좀 썻던지라 기회가 없던 상태였다.


지혜는 그 기회가 지금이다 생각하곤 노트에 문장을 적었다.


현실에는 존재할 리 없는 판타지에만 등장하는 것을


'지유나는 촉수를 임신 중이다.'


과연 유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했다.







"후우.."


교감 선생님의 허가 하에 조퇴를 마친 유나는 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 쇼파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조를 당하고 고작 하루 지났을 뿐인데 하루가 너무 벅차다고 생각했다.


"에구구.. 임산부에게 너무 고되다니까. 얼른 씻을까?"


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가려던 유나는 그제서야 임부복을 사려고 했던 아침 계획이 떠올랐다.


"아 맞다.. 으음.. 뭐 인터넷으로 주문해야겠네."


어떻게든 되겠거니 싶었던 유나는 소민과 민지에게 화장실을 가겠다고 연락을 보내고 답장이 오자마자 변기에 앉아 참기 힘들만큼 마려웠던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이후 샤워까지 모두 마친 유나는 밖으로 나왔다.

마땅한 옷도 없었고 뭔가 귀찮았기에 팬티 한 장만 입고 있는 유나는 K컵의 거대한 가슴을 출렁이며 거실로 향했다.


"그럼.. 뭘 먹을까?"


배를 스윽 쓰다듬으며 유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자신과 함께 고생했을 아기를 위해 뭔가 영양가 있는 것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야채 죽이라도 해서 먹어야겠다. 둥둥이도 먹고 싶지?"


유나의 배가 꿈틀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정말 유나의 말에 대답하는 것 같이 보였다.


"후후 그래 얼른 해먹자."


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노예가 여러명이 되니까 나까지 정신없네 정말."


지혜는 노트를 통해 유나의 멘탈이 크게 안정되었음을 확인하며 투덜댔다.

소민의 조교사로 택한 소민의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는 길이였다.


나름 역할을 떠맡았음에도 중심축인 지혜가 해야할 일은 여전히 많았다.


"오늘 밤엔 혜윤이도 봐야하고.. 민지는.. 지금 은영이가 맡고 있을거고.."


휴대폰을 통해 미령과 은영에게 연락을 받으며 지혜는 다음에 해야 할 일에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은영에게 한참 굴욕을 당하고 있는 민지에게 가야겠다고 생각해 다시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촉수 역시 통하는 걸 봐선 꽤나 심한 명령도 가능하다고 봐야겠네."


당장은 촉수를 통해 뭘 할 생각은 없었던 지혜였지만 이것에 관해선 앞으로 더 생각해봐야겠다고 판단했다.


지워버린 광대증은 굉장히 아쉬웠지만 좋은 소재가 생긴다면 그 소재에게 적용 할 생각이였다.


"아우.. 머리아파. 잠깐 쉬자."


지혜는 버스 좌석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창 밖을 보았다.


아직 지혜보다 예쁘고 잘난 여자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길을 걷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저들처럼..'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지혜는 노트를 더욱 적극적으로 쓰겠다고 생각했다.

(구)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차이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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