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당한 배설 공유는 당장은 드러나지 않는 개조였다.
대체 어떤 식으로 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개조라는 것은 확실했다.
"지금은 잘 모를거에요. 배설 공유만 하는거고, 감각까지 같이 느끼는 건 아니거든요."
지혜는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지혜의 말을 들은 민지가 깜짝 놀라 물었다.
"잠깐.. 그러면 나는 요의나 변의를 못 느끼는데도 갑자기 쌀 수도 있다는거야?"
"오~ 역시 똑똑하다니까."
민지의 물음에 지혜는 감탄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소민과 유나 역시 지혜의 대답을 듣고 표정이 굳었다.
세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오줌이라도 싸게 된다면 다른 두 명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싼다는 것이였다.
이건 역시나 셋이 뭉쳐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그럼 계속 굴려볼까요?"
남은 개조는 네개.
하지만 아까의 경험으로 보아 항목에 따라 개조 갯수가 늘어나는 가능성도 계속 존재했다.
지혜는 프로그램을 돌렸다.
오피스텔에 있는 모두는 노트북에 뜨는 화면을 바라보며 집중했다.
"56번.."
지혜는 작게 중얼거리며 화면에 뜬 번호에 맞는 개조를 확인했다.
"56번 미각개조. 이건 뭐 누가 벌칙을 받을지 정해지면 설명 해줄게요. 민지야 어쩔래?"
'미각개조?'
민지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였다.
노트를 손에 넣은 순간부터 지혜는 끊임없이 음지의 문화를 습득했고 미각개조는 그 중 하나였다.
당연히 소위 말하는 인싸의 분류에 속하는 민지와 소민,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건전한 삶을 사는 유나는 이러한 것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미각개조라면 입 맛을 바꾼다는 것 이라고 생각한 민지는 대답했다.
"다른 사람에게 넘길게."
"하아.."
"후우.."
민지의 대답은 거의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지혜는 고개를 끄덕이곤 유나와 소민 둘 중 벌칙을 받을 사람을 정하기 위한 룰렛을 돌렸다.
룰렛은 2번에 멈춰섰다. 뭔지 모르지만 자신이 걸렸다는 사실에 소민은 얼굴을 찌푸렸다.
"미각개조는 뭔데?"
소민이 묻자 지혜는 대답했다.
"자극적인 것, 칼로리 높은 것 외에는 모든 음식들을 먹으면 구토할 정도로 역겨워지는 개조야."
"뭐라고?"
지혜가 미각개조 항목을 일부러 미룬 것은 개조를 누가 받냐에 따라 미각을 맞춰 개조하기 위해서였다.
아마 민지가 받는다고 했다면 또 그에 걸맞게 내용을 바꿨을 것이다.
소민이는 뒤룩뒤룩 살 찌워서 돼지로 만들 예정이였으니 이런 내용의 미각개조로 넣으면 충분했다.
"앞으로 음식은 가려서 먹는게 좋겠다. 소민아."
지혜가 노트에 항목을 적으며 말했다.
소민은 아직까지 무언가 입에 대보지 않아 모르지만 만약 저 내용대로 못 견딜 정도라면 운동으로라도 몸매 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지야 그래서 뭘 없앨래?"
지혜의 물음에 민지는 자신이 종이에 적어두고 항목을 하나씩 지운 개조 항목을 확인했다.
「2)방귀소리는 항상 크게 들림
4)털 정리 금지, 겨드랑이, 코털, 항문털, 성기털이 억세게 자람
7)체취 심함(겨드랑이, 엉덩이, 보지, 입냄새)
8)땀이 심하게 남
9)각종 피어싱
10)유두와 보지 열화 조교
11)무좀과 악취 심한 발냄새」
당장 필요한건 없앴으니 약간 여유를 가지고 골라도 되겠다 생각한 민지는 4번을 선택했다.
"털 정리 금지랑 털 관련 모든 항목 지울게."
"알겠어. 그럼 빨리 돌리자."
이제 민지의 몸을 되돌리는 것에 딱히 아쉬움이 남지 않은 지혜는 민지의 부탁대로 4번을 지워주었다.
"그럼 세개 남았나? 좋은게 떳으면 좋겠다~"
지혜는 그렇게 말하곤 프로그램을 돌렸다.
프로그램은 5번을 띄웠다. 지혜는 5번을 확인하곤 웃으며 말했다.
"5번 광대플 중독자. 이거 역시 설명이 좀 필요하겠네."
지혜는 민지를 보며 말을 이었다.
"1시간마다 한번씩, 주변에 뭐가 있든 자신이 뭘 하고 있든 매 시간 정각에 마치 광대처럼 흉한 행동을 하는거야. 뭐 여러가지 있겠지?"
"그런.."
"넌 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가져오는거야?"
할 말을 잃은 유나와 다르게 소민은 자신이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항목들이 끊임없이 나오자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었다.
지혜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글쎄? 여유가 있다보니까 주워듣게 되더라고. 민지야 누가 받을래?"
쉽게 생각하면 1시간마다 발작을 일으킨다는 것 같았다. 민지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에게 넘길게."
유나와 소민은 말없이 민지를 노려보았다.
계속 넘긴다고 할 때마다 화를 냈었지만 이젠 먹히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번 룰렛은 1번에서 멈춰섰다.
지혜는 유감이라는 표정으로 유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안됐네요. 선생님. 최대한 조심하시면 목격자는 줄일 수 있을거에요."
"그게 위로니?"
지혜의 말에 유나는 톡 쏘듯 대꾸했다.
앞으로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조금씩 늦게 들어가서 미리 행동을 마쳐야했다.
"아, 그래도 혹시 궁금하실테니까 미리 예시로 한번 하게 해드릴게요."
지혜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소리쳤다.
"내 뱃속엔 똥이 한가득!"
'짝!'
부끄러운 말을 외치며 양 손으로 자신의 양 쪽 엉덩이를 짝! 내려치자 유나는 어? 하는 표정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내가 뭘 한거야?"
유나는 자신이 지금 한 행동에 대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소민과 민지는 유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자신이 저렇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
"앞으로 매 정각마다 그런 행동을 한번씩 하게 되실거에요. 잘 아시겠죠?"
지혜의 물음에 유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머리가 새하애지는 느낌이였다.
이번에 민지가 지운 항목은 무좀과 악취 심한 발냄새였다.
평소에 신발을 신으면 발이 미친듯이 가렵기도 하고 냄새때문에 남들 앞에서 신발을 벗기 망설여졌던 탓이였다.
"그럼 남은 개조는 두개,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 그치?"
지혜는 내심 와, 이래도 되는걸까? 하며 적은 개조 중에 하나도 뜨지 않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혜의 그런 마음과는 반대로 세 사람은 이제 조금만 견디자. 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지혜가 프로그램을 돌리자 100번이 나왔다.
"어 잠깐. 백 번?"
지혜가 번호를 보며 놀라자 세 사람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100번은 지혜가 마지막에 넣으면서도 딱히 아이디어도 없으니 좀 심한 걸 넣어보자. 설마 뜨겠어? 하는 심정으로 넣은 것이였다.
'이게 뜰 줄이야..'
100번의 내용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지혜는 목록을 띄우며 말했다.
"백 번. '임산부화' 이거 좀 너무하네 ㅋㅋ"
"임산부화라고?"
자신들보고 임신이라도 하라는 걸까?
충격적인 항목에 할 말을 잃은 세 사람을 보며 지혜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진짜 임신은 아니고, 몸이 진짜로 임신 한 것처럼 변하는 개조야. 뭐, 실제 임산부처럼 보이긴 하겠다. 만삭이거든."
지혜는 신난다는 듯 노트를 펼치며 민지를 향해 물었다.
"개인적으론 니가 받겠다고 해주면 좋겠어 민지야. 뭐, 거절해도 괜찮지만."
다른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개조 중 가장 최악의 개조였다.
민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미안해 두 사람. 나는 양도할게."
"뭐? 싫어!"
"제발 민지야. 이것만큼은 정말 안돼!"
유나와 소민은 민지의 양 어깨를 흔들며 소리쳤다.
"두 사람이 싫은 것 처럼 나도 싫다고!"
민지 역시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임산부가 되라니 겨우 몸을 돌렸는데 이것 만큼은 도저히 받고 싶지 않았다.
"민지야 제발. 우리 학생이잖아. 내가 임신한 몸으로 학교를 다니란거야?"
소민은 유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선생님? 이라고 하셨죠. 제발 그쪽이 받아주시면 안될까요? 그래도 성인이시잖아요!"
유나는 소민의 무례한 발언에 울컥 분노가 치밀었다.
"그럼 생판 남인 너를 위해 내 인생을 희생하라는거니? 내가 갑자기 만삭이 되어도 보기 좋을 것 같아?!"
민지를 사이에 두고 소민과 유나는 서로를 노려보며 싸우기 시작했다.
민지가 말리지 않았다면 머리끄댕이라도 잡아 당길 기세였다.
'좋아 좋아, 보기 좋아.'
지혜는 싸우는 세 사람을 보며 흥미롭게 바라봤다.
이래서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는건가? 싶었다.
"내가 제일 많이 개조 당했잖아! 네가 받겠다고 하라고!"
"네에? 제가 왜요? 떠 넘긴건 최민지인데!"
임산부화라는 폭탄을 두고 감정이 격양된 세 사람은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지혜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끼어들 듯 말했다.
"그만 그만~ 그럼 제가 중재할게요?"
지혜의 말에 세 사람은 싸움을 멈추고 지혜를 바라봤다.
마침 잘 됐네, 생각이 든 지혜는 말을 이었다.
"임산부화는 유나 선생님이 받되 아직 개조 하나 남았잖아요? 그건 무조건 소민이나 민지가 받는 걸로 하죠."
"뭐?!"
유나는 지혜의 결정에 반발하며 소리쳤다.
지혜는 유나를 보며 말했다.
"소민이의 말대로 민지나 소민이가 임산부가 되어버리면 퇴학이지만 유나 선생님은 뭐, 늦게 알았다? 라고 핑계대시면 되잖아요?"
"하루 아침에 배가 부푸는 게 말이 안되잖아!"
유나가 소리치자 지혜는 걱정말라는 듯 한 말투로 대답했다.
"걱정마세요. 예전부터 임산부였다고 인식하게 해드릴게요."
사실 노트를 통한 타인의 인식변경은 시도해 본 적이 없지만 이번 기회에 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유나는 그럼에도 자신이 손해보는 상황이 싫었다.
"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어딜봐도 내가 불합리해!"
하긴 그건 그렇지.
생각한 지혜는 유나에게 다시 제안했다.
"그래요. 그럼 다음 개조는 유나 선생님이 원하는 걸 두 사람 모두가 받도록 할게요. 어때요?"
"어?"
"뭐라고?"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구나 하며 웃음을 숨기며 지켜보고 있던 민지와 소민은 지혜의 제안에 정신이 번쩍 드는 듯 했다.
유나 역시 전혀 생각치 못한 제안에 눈을 크게 떳다.
'내가 저 두 사람을?'
막상 기회가 주어지니 괜히 죄책감이 들려고 했지만 소민의 얼굴을 보니 방금 전까지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임산부화를 떠넘기려던 모습이 생각났다.
자신이 훨씬 어른임에도 바락바락 대들던 모습이 떠오르자 유나는 다짐했다.
"좋아, 그 조건 받아들이지."
항상 휘둘리기만 하는 자신이 두 사람에게 벌을 줄 수 있다면 거부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어른으로서의 잘못된 결단력을 보이며 유나는 지혜를 바라봤다.
"좋아요. 그럼.."
지혜가 노트에 끄적이자 유나의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흐윽..?!"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과 함께 가장 먼저 변화한 것은 당연하게도 배였다.
유나의 배가 팽창하면서 복부가 빵빵해지고 살이 트기 시작했다.
배꼽이 볼록해지며 흔히 말하는 임신선이 뚜렷하게 생겼다.
"으윽.. 무거워?!"
한번도 임신해 본 적 없는 유나는 배가 부풀면서 무게가 무거워지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가뜩이나 오줌이 마려운 상태에서 무언가가 방광을 누르자 더욱 고통스러워졌다.
유나의 가슴이 살짝 커지며 유두와 주변이 검은색으로 변색됐다.
진짜 아기가 들어있는 게 아니라서 태동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유나는 자신의 배 안에 이물감이 가득채워지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걱정하실까봐 드리는 말씀이지만 자궁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뭐, 무게는 진짜 느껴지겠지만요. 이 자리에 있는 저희 말고는 다 선생님을 임산부로 대할거에요."
"그, 그것 참 고맙네."
몸의 변화에 당황한 유나는 하나도 안 고마운 지혜의 배려에 대답했다.
"아, 가슴은 어차피 J컵으로 키울 예정이였는데 임산부화 한 김에 좀 더 크게 해드릴게요. K컵이면 되겠죠?"
지혜가 옆에서 계속 재잘댔지만 유나는 자신의 몸을 보느냐고 정신이 없었다.
유나의 반응이 재미없자 지혜는 한숨을 쉬며 민지에게 물었다.
"그럼 민지야. 무슨 항목 지울래?"
"응? 어.."
눈 앞에서 유나가 진짜 임신 말기처럼 몸이 변하자 충격먹은 민지는 넋을 놓고 있다가 지혜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소민 역시 유나의 변화를 보며 지혜의 노트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 나는 10번. 유두와 보지 열화 조교 지울게."
민지는 대답하곤 소민을 살짝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도와주었다.
멍하니 유나를 보던 소민도 민지가 흔들자 정신이 든 것 같았다.
"선생님. 선생님!"
지혜가 소리치자 유나는 지혜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나 귀 안 먹었어."
"그럼 마지막 개조. 원하시는게 뭔데요?"
유나는 무거운 몸을 돌려 민지와 소민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충격적으로 몸이 변하니까 생각이 바뀌었어."
멘탈깨진 유나는 소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쟤는.."
소민은 설마 자신도 임산부처럼 만들려고 하는건가 싶은 생각에 잔뜩 긴장해 마른 침을 삼켰다.
"쟤는.."
오피스텔의 모두가 유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지와 소민은 잔뜩 긴장하며 몸이 굳어있었다.